촉석루의 글씨 살펴보기
2012년 10월 4일 제62회 개천예술제 넷째날 진주 촉석루에 올라가서 사직공파 12세손 하연(영의정 이셨던 문효공) 선조님의 글씨도 살펴보고 뜻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.편액과 현판의 내용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.
편액 전면(남쪽)의 글씨는 유당 정현복(鄭鉉福. 1909-1973)의 글씨
뒷면의 글씨는 영조때 명필 송하(松下) 조윤형(曺允亨. 1725-1799)의 글씨
남장대(南將臺) 현판은 진주 출신 서예가 은초(隱樵) 정명수(鄭命壽. 1909-1999)의 글씨
영남제일형승(嶺南第一形勝) 현판은 청남(菁南) 오제봉(吳濟峰. 1908-1991)의 글씨
우당 박융 (憂堂 朴融)(1347-1424)
晉山形勝冠南區 況復臨江有此樓
列峀層巖成活畫 茂林修竹傍淸流
淸嵐髣髴屛間起 白鳥依稀鏡裏浮
已識地靈生俊傑 盛朝相繼薛居州
진양의 아름다운 경치 영남의 으뜸이고 게다가 강가 이 누각 있으니 줄지어 두른 산과 절벽은 살아 있는 그림이고
무성한 숲 대나무 곁에 푸른 물이 흐른다. 맑은 바람은 병풍사이에 일어나고 흰 새는 거울 속에 떠있는 듯하다
땅이 좋아 인물 많이 남을 이미 알거니와 조정에 이름 있는 신하 이어져 나온다네
면재 정을보 (勉齋 鄭乙輔)(1285-1355)
黃鶴名樓彼一時 崔公好事爲留詩
登臨景物無增損 題詠風流有盛衰
牛壟漁磯秋草沒 鶖梁鷺渚夕陽遲
靑山四面皆新畵 紅粉三行唱古詞
玉笛高飛山月上 珠簾暮捲嶺雲垂
倚欄回首乾坤小 方信吾鄕特地奇
이름 높은 황학루도 한 때의 일이러니 최공도 시 지어 남기기를 좋아 하였네
올라보니 경치는 옛날 같은데 시를 읊는 풍류는 성쇠가 있네
소먹이고 낚시하던 언덕엔 가을 풀이 시들고 백로와 수리 놀던 물가엔 해가 저무네
둘러앉은 푸른 산 모두 금방 그린 그림인데 분홍으로 치장한 세 행렬은 옛 노래 부르네
옥피리 소리 멀어져가는 산위에 달이 뜨고 해 저물어 걷는 주렴에 고갯마루 구름 드리웠네
난간에 기대어 둘러보니 시야가 좁아 우리고을 아름다운 모습 확실하게 알겠네
경재 하연(敬齋 河演)(1433-1453)
高城絶壑大江頭 冬柏梅花矗石樓
若也登臨留勝蹟 請題佳句記吾州
높은 성 깍은 벼랑 큰 강 머리에
동백 매화 우거진 곳에 촉석루가 섰네
만약 여기 올라 좋은 자취 남기려면
훌륭한 글 지어 우리 고을 적어두게나
하진(河溍)(1597-1658)
滿目兵塵暗九區 一聲長笛獨憑樓
孤城返照紅將斂 近市靑嵐翠欲浮
富貴百年雲北去 廢興千古水東流
當時冠蓋今蕭索 誰道人才半在州
전쟁의 어둠이 온 나라에 가득하고 홀로 누에 기대어 피리 분다네 외진 성채에 저녁 놀 자자지고
저자거리 아지랑이 걷치어 가네 부귀 백년이야 구름이고 오랜 세월 흥폐에도 물은 동으로 흐르네
당시의 명관들은 어데 있는 고 누가 나라 인재 반이 진주라 했는가.
교은 정이오(郊隱 鄭以吾) (1354-1440)
興廢相尋直待今 層巓高閣半空臨
山從野外連還斷 江到樓前闊復深
白雪陽春仙妓唱 光風霽月使君心
當時古事無認識 倦客歸來空獨吟
흥폐를 거듭하여 지금에 이르러 층층바위 절벽위에 높은 루가 하늘에 닿았네
들 넘어 산줄기 끊어질 둣 이어 돌고 누각 앞에 이른 강물 깊고 넓구나
백설 양춘은 기생들이 즐겨 부르고 광풍제월은 군자의 심사로다
그 때의 옛일을 뉘라서 알리오 만 나그네 돌아와 홀로 시를 읊네
한몽삼(韓夢參)(1589-1661)
天地初開別一區 何年好事起斯樓
層軒遠接靑山影 彩檻低搖碧水流
斗覺登臨如羽化 却疑身世等萍浮
求封萬戶還非分 願夢三刀聖此洲
하늘이 만들어낸 특별한 이곳에 어느 해 호사가가 있어 이 루각을 지었는가
높은 다락에 멀리 푸른 산의 그림자와 닿았고 무늬 아름다운 난간아래 푸른 물이 흐르는 구나
루에 오르면 날개 달려 날아오르는 듯 몸이 부평초처럼 떠다니는 것 같다네
만호봉작을 구하는 것 분수에 맞지 않아 이 고을 벼슬살이 하며 살고 싶구나
姜大遂(1591-1658)
戰場無恙只名區 人世虧成百尺樓 虧이지러질휴
納納乾坤遙峀立 溶溶今古大江流
船橫官渡隨緣在 鷗占煙波得意浮
景物有餘佳況少 詩情寥落晉康州
전쟁에도 아름다운 곳 그대로 남아 세상 어지러워도 백척 다락을 다시 지었네
산들은 멀리 봉우리가 솟아있고 에나 지금 남강 물 넘쳐 흐르네
배들은 나루터에 비스듬이 메어 있고 아지랑이 속에 흰 갈매기 날려고 하는고나 경치 좋아 좋은 일 어찌 없으랴
강렴(姜濂)(1544-1606)
南烽日警陷諸州 釰語秋燈對白頭
安得良籌除海祲 君歌我酒更登樓
남쪽으로 날마다 여러 고을 함락 알리는 봉화 오를 때엔 가을 등불아래 노인들과마주앉아 후퇴걱정 했다오
어찌하여 바다 요기 없 엘 좋은 계책세우면 다시 루에 올라 그대는 노래 나는 술로 어울려 보려무나
정문부(鄭文孚) (1565-1624)
龍歲兵焚捲八區 魚殃最慘此城樓
石非可轉仍成矗 江亦何心自在流
起廢神將人共力 凌虛天與地同浮
須知幕府經營手 壯麗非徒鎭一州
임진년난리가 조선팔도 흽쓸 적에 재앙은 이 성루가 가장 처참했다오 구르지 못하는 돌은 촉석이 되어 섰건만
그래도 강물은 하염없이 흘러만 가네 신도 사람을 도와 일으켜 주려하는데 침범을 당한 이 세상 온통 들떠만 있네
모름지기 알 것 같은 이 고을 다스리던 솜씨 장하고도 훌륭한데 어찌 한 고을만 지키랴